<aside> 💡 패치노트 매뉴얼
전시장에 나란히 놓인 동일 형태의 두 조각 <Shot and Paste v.4.3.0>(2023)와 <[Shot and Paste] Patch Notes>(2023)는 지난 해 진행되었던 s.a.h의 개인전 《샷 앤 페이스트 shot and paste》의 소산물이다.
지난 전시에서 s.a.h는 이미지를 둘러싼 메커니즘을 가시화하고, 그 최종 결과물에는 관람객을 개입시키는 일종의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프로그램 내에서 발생한 모든 반복적인 물질화-데이터화의 과정은 패치의 일환으로 가정되어 본 전시에서 신작 <[Shot and Paste] Patch Notes>(2023)에 기입된다.⁽¹⁾
관람객들에 의해 촬영되고 아카이빙된 이미지들(@shotandpaste.jpg의 189개의 게시글) 중 일부는 임의로 선택되어 어도비 포토샵의 셀렉션 기능을 통해 반-자동적으로 추출된다. 이때 배경으로 ‘이식된’ 이미지에 해당하는 전시장 풍경이나 신체 일부와 같은 외부 요소들만을 추출의 대상으로 삼으며, 이는 마지막 패치로서 <Shot and Paste v.4.3.0>(2023)에 부착된다.
⁽¹⁾ 이때 패치노트는 도식화된 기호로 작성되었으며, 디지털 이미지는 ‘점선’, 실물은 ‘실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시초가 되는 이미지부터 최종적으로 도출된 결과물까지의 도달 과정을 가계도의 형식으로 표현하여 패치 이전과 이후 이미지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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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Shot and Paste] Patch Notes>는 전작인 <Shot and Paste>에서 발생한 조형물과 디지털 이미지 간의 상태 변화를 프로그램 패치의 일환으로 가정한다. 그 과정은 최종적으로 고정성을 부여하는 ‘각인’의 방식으로 입체 결과물에 기입된다. 신작은 전작 <Shot and Paste>에서 전시되었던 석고 조각의 표면에 신체, 풍경 등의 외부 데이터가 반영된 디지털 이미지를 배치한 작업이다. 관객은 <[Shot and Paste] Patch Notes>를 읽어내며 <Shot and Paste>에서 관람객이 이미지 창작 메커니즘에 개입된 과정과 결과를 가늠한다. 더불어, <Shot and Paste v.4.3.0>는 마지막 패치 내용을 담는다.
이전 작업인 <Shot and Paste>는 생산, 복제, 유통이라는 디지털 이미지의 메커니즘을 담아내며, 이미지들로 인해 확장되는 네트워크 자체를 가시화한다. 이미지 형성 과정의 시작점이 되는 것은 기본 도형처럼 단순한 형태의 3D 모델링으로, 이를 실물 석고 오브제로 변환한 것에서 시작해서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적 대상 사이를 오가며 원본에서 파생된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일차적으로 ‘원본-석고오브제’는 사진으로 촬영되어 세 장의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된다. 이 디지털 이미지들은 다시 입체적으로 변환되며 이차적인 변화를 하게 되는데, 이때 형태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다른 오브제들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두 번의 상태 변화를 거쳐 전시장에 놓인 파생-오브제들은 특정 각도에서만 원본-석고 오브제와 형태를 공유하며, 그 이면은 전혀 다른 형태를 띤다. 최종적으로는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자들이 마지막 변환을 발생시킨다. 관람객에 의해 촬영된 이미지에는 작품으로 의도된 오브제들뿐 아니라 전시장 풍경이나 신체 일부와 같은 외부 요소들이 함께 나타난다. 앞서 석고 오브제 각각에 외부 오브제가 이식되었던 것처럼, 배경적인 요소들 역시 디지털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오브제에 ‘이식된 이미지’로 간주한다.
마지막 패치에서는 오브제에 이식된 배경-이미지들만을 추출, 조합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나타난다. 즉, s.a.h가 제작, 의도한 작품을 제외하고 관람객이 개입한 부분만으로 이미지를 재조합하는 것이다. 원본과 가족 유사성을 가지던 이미지들은 마지막 패치를 통해 이미 지적 유사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며, 최종 결과물에서는 모든 이미지의 출발점이었던 원본-석고 오브제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s.a.h, <[Shot and Paste] Patch Notes>, 2023, steel, 23×15×40(cm)
‣s.a.h, <Shot and Paste v.4.3.0>, 2023, steel, UV printing, 23×15×40(cm)
s.a.h는 심유진, 한지형으로 구성된 시각예술 콜렉티브이다. 이들은 디지털이 확장됨에 따라 변화한 예술, 나아가 사회 형태에 주목하며, 새롭게 나타난 혹은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탐구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조형물과 미디어를 매개로 비활성화 상태의 이미지를 활성화하며, 이를 통해 비가시적이고 일시적이라 할 수 있는 현상들을 가시화하여 아카이빙한다.